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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집 ‘오래가게’]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잃어버린 쪽빛을 되찾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6-22 조회수 987
서울시는 종로·을지로에 있는 전통 점포 39곳을 ‘오래가게’로 추천하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문가의 조언과 평가는 물론 여행전문가, 문화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의 현장방문 평가도 진행했다. 서울시가 ‘오래가게’를 선정한 것은 ‘도시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의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경향신문은 이들 ‘오래가게’를 찾아 가게들이 만들고 품고 키워 온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스물 세번째 가게는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이다. 

쪽은 산업화를 통과하면서 멸종했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만들기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쪽염색은 잊어져졌다. 쪽염색을 하지 않으면서 쪽도 멸종했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쪽은 잡초에 불과했다. 1년생 풀인 쪽은 그렇게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한 번 사라진 쪽을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씨앗을 구할 수도 없었고, 염색을 할 수 있는 장인도 없었다.

쪽염이 다시 시작된 것은 전통 매듭장인인 조일순씨 덕분이다. 조일순 장인은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쪽을 찾아 전국을 헤맸지만, 못 찾았다. 결국 일본에서 한 숟가락 분량의 쪽 씨앗을 가져와 전남 나주에 심었다. 1978년 봄이었다. 쪽염을 할 수 있는 윤병운씨가 그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일순 장인은 첫 해 윤씨와 함께 씨앗을 받아 다음해 쪽을 다시 심었다. 매년 여름이면 나주에 내려가 쪽을 수확하고 쪽염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윤씨의 기억 속에 갇힌 ‘쪽염을 되살리는 과정’이 지난하게 이어졌다. 조일순 장인과 윤씨는 1980년 중반 쪽염 재현에 성공했다.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조일순 장인의 아들 홍루까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대표는 “어머니는 북촌에서 태어났다. 외할머니한테서 매듭을 배웠다. 매듭 공예를 하던 중 매듭실을 천연 염색하기 위해 전통 염색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일보 예종해 편집위원이 전통 쪽염색을 배워 보라고 했다. 전국에 수소문한 끝에 윤병운씨를 찾았다. 일본에서 가져온 쪽을 수확해 매년 여름이면 어머니가 나주에 내려갔다. 윤병운 인간문화재와 쪽을 재현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셨다. 어머니는 윤씨가 인간문화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필요한 서류를 갖추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인간문화재를 왜 윤씨에게 주느냐는 물음에 ‘나는 매듭장인이다. 남의 밥그릇 탐하는 거 아니다’라는 말씀을 했다. 지금도 그 말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가 있는 북촌. 북촌에는 30여 개의 공방들이 모여 있다.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가 있는 북촌. 북촌에는 30여 개의 공방들이 모여 있다.

가업 쪽염색을 이어가고 있는 홍루까 대표는 IMF가 오기 직전 사업을 접고 어머니한테서 쪽염색을 배웠다. 여름이면 휴가 내서 잠깐씩 도와주던 쪽염색을 가업으로 잇고 있다. 지금은 아들인 홍성하도 염색에 뛰어들었다. 섬유공예를 전공한 홍성하는 우연한 기회에 쪽염색에 관심을 가졌다.

“수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들이 모여 가족전시회를 열었다. 여동생은 조각보 작품을 내놓고, 누나는 오프닝 때 가야금을 연주했다. 재미있게 했다. 두 번째 전시회 때 아들한테 지나가는 말로 전시회에 참가해 보라고 말했다. 아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나는 옆에서 염색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완성된 작품이 재미있었다. 염색한 실을 교직하듯이 만든 평면 작품이었는데 괜찮았다. 전시회가 끝나고 염색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홍루까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소장과 아들 홍성하씨가 염색을 하고 있다. 홍루까 소장 제공
홍루까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소장과 아들 홍성하씨가 염색을 하고 있다. 홍루까 소장 제공

홍 대표는 아들과 함께 염색작업을 한다. 부자의 작품세계는 다르다. 홍대표는 전통적인 염색부터 염색을 이용한 회화작업을 주로 한다. 홍성하는 좀 더 모던한 작품을 하고 있다. 염색을 할 때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홍 대표가 어머니한테 배울 때 그랬듯이 아들은 홍 대표에게 고집을 피운다. 홍 대표는 아들에게 조언도 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인정하는 편이다.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홍루까 소장의 작품.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홍루까 소장의 작품.

홍 대표는 아들이 쪽염색을 하는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자신이 겪어온 길을 아들이 다시 간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보면 또 답답하기도 하다.

“아들이 염색한다고 했을 때 뿌듯하고 대견했다. 제자를 키우려고 했지만 할 사람이 없었는데 다행이다. 우리도 대를 잇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노포도 좋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나는 북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여기서 살고 있다. 북촌에 공예인들이 많다. 보여주기식의 행정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정책을 입안했으면 좋겠다.” 


홍성하씨가 천연염색기법으로 염색한 실.
홍성하씨가 천연염색기법으로 염색한 실.

한편 북촌은 걷기 좋은 장소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한옥들이 모여 있는 북촌한옥마을을 한바퀴 휘돌다 보면 조선시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북촌 골목길에 꽁꽁 숨은 작은 박물관·체험교실 등도 둘러볼 만하다. 북촌을 한바퀴 돌고 돌계단을 따라 삼청동으로 내려오면 삼청동수제비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 더욱 유명해진 식당이다. 삼청동에는 독창적인 가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효재 한복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자연주의 살림주의를 표방하는 ‘효재네 뜰’, 북유럽 감성의 슬로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삼청동 핫 플레이스 ‘라플란드’ 등이 볼만하다.

■쪽염색 과정 

①쪽 꽃이 필 무렵 이른 새벽에 쪽을 잘라낸다. ②쪽을 담은 항아리에 물을 부어 1~2일 우려낸다. ③우려낸 쪽 풀을 건져 낸다. ④굴이나 꼬막조개를 구워 석회를 만든다. ⑤석회를 쪽을 담은 항아리에 넣는다. ⑥당그레 질을 충분히 해준다. 저어준다. ⑦다음날 가라앉은 니람을 건져내 수분을 제거한다. ⑧수분이 제거된 니람 완성. ⑨재를 태워 잿물을 만든다. ⑩니람과 잿물을 섞어 발효를 시킨다. ⑪원단을 넣어 염색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12011648001#csidx99d3e1102c697f6af11461b3ee7062b